진단 알고리즘의 허망함에 관하여 (flow diagram, algorithm별로 안 좋아합니다)


우리가 어떤 병에 대해서 접근을 할때,

그 진단과 치료에 대해서 flow diagram이라 할지, algorithm이라고 하기도 하는 무언가를 굉장히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 그런 것들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게 왜 그러냐면 그러한 flow diagram에는 각각의 상황마다 분기점들이 있거든요,

이런 식입니다.

 

A ---> B1, B2

B1 --> C1, C2

B2 --> C3, C4

 

A이다. 그러면 B1, B2로 가라

B1이면 C1,C2로 간다.

B2면 C3,C4로 간다.

 

마치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거 같아요. 선택에 따라서 스토리가 바뀌는,...

그런데 옛날에 게임을 하다보면 막상 결론이 똑같은 경우가 있어요.

뭘 선택을 하든 결론은 똑같은 거죠;;

 

알고리즘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급성 심부전의 알고리즘이 조금 그런 경향이 있다고 보는데요,

급성 심부전이라는 건 뭐냐면 심장기능이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두가지입니다.

1. 앞으로는 피가 못나가서 관류저하가 와서 손발이 차가워지고

2. 뒤로는 피가 쌓여서 폐울혈이 와서 숨이 찹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게 알고리즘이 지금 이런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시게 되면 이뇨제가 세군데 다 들어가 있습니다.

 

 

신대체요법이 두군데 다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복잡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감을 잡기 어렵습니다)

 

근데 원리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간단한 내용이거든요,

1. 기본적으로 뒤로 체액이 쌓여서 울혈/체액축적이 있다

-- 그러면 volume을 빼줘야겠죠.

-- 그 방법으로 이뇨제, 안되면 이뇨제 올리고,

   그래도 안되면 신대체요법으로 강제로 volume을 빼주는 것이고요,

 

2. 앞으로 피가 못가서 관류저하가 있다.

-- 그러면 적절한 강심제 써줄수 있고, 정 안되면 순환보조.

 

그냥 이거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이렇게 교육을 했었어요.

즉, congestion여부와 hypoperfusion여부에 따라서 4그룹 (warm-dry, warm-wet, cold-dry, cold-wet)으로 나눠서 치료를 결정하는 전략이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flow-diagram형식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물론 여러가지 임상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해서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더 잘 치료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죠.

 

하지만 결국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의사이고, 의사도 사람입니다.

사람인지라, 너무 복잡하고 와닿지 않는 것은 기억에서 자연스럽게 삭제가 됩니다.

인공지능세상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이러한 진단이나 치료의 알고리즘에 인간 factor도 고려를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꼭 이렇지 않더라도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어요.

어떤 플로우를 따라갈 때 어느 지점에 도달했어요.

그러면은 그 지점(스테이트) 라는 확신이 있어야 다음 단계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근데 그 스테이트에 대한 확신을 갖기가 어렵고, 나중에 상황이 변할 수도 있고, 그때 잘못 생각했을 수도 있는

그런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hyponatremia evaluation이 그렇습니다.

처음 나오는데 volume status평가해서 hypovolemia, euvolemia, hypervolemia인지 판별하는건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첫 단계부터 해매게 되는 경우가 되죠.

 

그래서 flow diagram, roadmap, algorithm 이런 것들이 판을 치고 있지만

차라리 줄글로 잘 설명하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냥 "이럴때는 이러니까 이렇게 치료하고, 저런 상황이면 저러니까 저렇게 치료하자."의 심플한 접근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사견입니다만, 본인들도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까?, 현장에서도 알고리즘을 짚어가며 따라갈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념적으로 먼저 이해를 하고, 알고리즘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아주 제한적으로 심플하게 사용하면 어떨까 (철저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제가 최근에 니은 멤버십 영상들을 좀 다듬는 작업을 하면서 저도 제 강의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요,

그러면서 느낀 점이 있어서 공유드려 보았습니다.

 

오늘도 제 의견 살펴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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